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우리가 만든 LOVE SCENARIO 이젠 조명이 꺼지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조용히 막을 내리죠
에이 괜찮지만은 않아 이별을 마주한다는 건
오늘이었던 우리의 어제에 더는 내일이 없다는 건
아프긴 해도 더 끌었음 상처가 덧나니까 Ye
널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니 난 이걸로 됐어
나 살아가면서 가끔씩 떠오를 기억
그 안에 네가 있다면 그거면 충분해
-아이콘 <사랑을 했다(LOVE SCENARIO)> 중 일부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의 <사랑을 했다(LOVE SCENARIO)>는 쉬운 멜로디, 공감 가는 가사에 멤버들의 개성이 잘 녹아 있는 곡이다. 그 덕분인지 2018년 1월 25일 발표된 후 지금까지 약 반년간 음원차트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아니 음원차트까지 갈 필요도 없다. 올해 10살, 7살인 우리 집 아들들은 이 노래만 나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게 따라 부른다. 학원에서도 친구들이 칠판에 가사를 적어가면서 함께 불러 댄다고 한다. 팬들뿐 아니라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사로잡은 대단한 노래다. 이 대단한 노래에서 노래 주인공을 당사자라 생각해보면 행간의 의미가 새롭게 드러난다.
가사 첫 줄에서 주목할 것은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는 점이다. 보통은 연인 사이라 해도 반드시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당사자 입장에서 첫마디부터 ‘지우지 못할 추억’을 이야기했다. 가사 전체를 보면 그 추억이 긍정적인 의미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체 사회사업가와 어떻게 관계 맺고 함께 했기에 지우지 못할 정도의 좋은 추억을 쌓은 것일까?
우리가 만든 LOVE SCENARIO
당사자와 사회사업가가 어떤 관계와 자세로 일했는지 유추해볼 수 있는 가사는 ‘우리가 만든 LOVE SCENARIO’라는 가사다. 당사자와 사회사업가가 어떤 일을 도모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을 함께 계획했다는 말이다.
‘우리가 만든’이라는 가사에서, 어떤 사업을 했다면 사업 계획을, 사례관리로 만났다면 사례 계획을 함께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OVE SCENARIO’라는 가사를 보면 사업이나 사례관리의 큰 틀만 함께 정한 것이 아니라 이를 문서화하고 명문화하는 과정도 당사자와 사회사업가가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당사자가 ‘지우지 못할 추억’이라 생각한 것은 자신이 그 일에 참여하거나 그 일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사업이건 사례관리건 그것은 당사자의 삶이며 당사자의 것이다. 이를 인정하는 첫걸음은 계획 단계부터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이다. 내가 직접 계획하고 만들어 낸 일이고 ‘괜찮은 결말’에 이르렀으니 이를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안에 네가 있다면 그거면 충분해
재미있는 것은 가사 곳곳에서 노래하는 이가 힘들지만 이별을 잘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한 편의 영화 따스했던 봄으로 너를 기억할게’, ‘ 미친 듯이 사랑했고 우리 이 정도면 됐어’ 가사들을 보면 노래 주인공은 이별 상황을 넉넉히 받아들인다. 대개 이별이라면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든 법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널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니 난 이걸로 됐어’라는 가사를 보면 당사자와 사회사업가는 서로를 깊이 신뢰하며 함께 했다. ‘나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눈빛’이라는 가사를 보면 비록 비언어적 메시지이지만 사회사업가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집중하고 그의 이야기에 경청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신뢰에는 정서적 교감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우린 아파도 해봤고 우습게 질투도 했어’라고 할 만큼 힘든 순간, 우여곡절도 함께 겪었을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는 어떤가. 당사자는 종결의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서로 신뢰하는 관계,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관계라면 종결 역시 넉넉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만약 단순히 서비스만 주고받는 사이였다면 주던 것을 빼앗는다 오해하고 종결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와 사회사업가가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사이라면 그와 함께 한 종결 결정 역시 중요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는 우리 사회사업가와 함께 한 일을 어떻게 기억할까. 노래 주인공은 ‘한 편의 영화 따스했던 봄’으로 기억하겠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을 ‘한 편의 영화 따스했던 봄’으로 만들기 위해 당사자와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할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사랑을 했다(LOVE SCENARIO)>를 들으며 되짚어 보면 좋겠다.
-<소셜워커> 2018년 7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