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텃밭나누기 "관계와 생태를 함께 나누다"

쌀 한 톨의 무게 -홍순관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5월 21일 가양5단지 축구장은 많은 주민들이 모여 왁자지껄 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손에는 주머니텃밭이 하나씩 들려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우선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 중 키우고 싶은 것을 고릅니다.
다음은 작은 종이를 받아 거기에 그림과 낱말로 텃밭 이름표를 만듭니다.





이름표를 주머니에 붙이고 흙을 담아 모종을 심습니다.
그 과정에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입니다.

"어 왜 가지로 고르신 거에요?"
"가지가 잘 자라거든. 이거 잘 키워서 먹으려고."




"어디다 놓고 키우실 거에요?"
"네. 베란다에 놓고 키우려고 그래요. 베란다가 휑하니 그렇거든요. 그래서 이거 키워보려고요."
"나중에 잘키우시면 자랑 좀 해주세요."
"그럼요. 제가 보여드릴께요."




"전에도 이런 거 키워 보셨어요?"
"그럼. 내가 시골에서 자라서 30년 넘게 텃밭에서 심어 먹고 그랬어. 이건 내가 박사여 박사"

비가 조금 내리는 데도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텃밭을 만듭니다.
텃밭을 받으러 오셨던 어르신은 어느새 텃밭박사님이 되어 스텝들을 제치고
방울토마토를 맡아서 화분을 만들고 주민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십니다.
한시간이 지나 힘들지 않냐고 여쭤보니, "안 힘들어. 오랜만에 신나네."하십니다.




텃밭을 만든 후에는 어르신 두 분이 손수 준비하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냉커피를 한잔씩 마시면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니 어떻게 커피를 이렇게 맛있게 타셨어요?"
"그냥 물 끓이고, 커피 넣고, 얼음 넣은건데. 맛있으면 한 잔 더 마셔."




근데 왜 복지관에서 주머니텃밭을 나누어요?
누군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두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주머니텃밭을 구실로 주민들이 만나고 관계맺는 기회가 되기 바랐습니다.
그냥 텃밭 달랑 가져간다고 관계가 생길까.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텃밭이름표를 만들거나, 주머니텃밭을 만들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눈 것
그리고 커피 한잔씩 마시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소중합니다.

또한 이번에 오신 분들을 초대해서 다음번에 놀이터에서 작은 활동을 해보려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텃밭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다음으로 그날 축구장에 흘러 나왔던 '쌀 한 톨의 무게'의 가사를 생각하기를 바랐습니다.
채소를 키우는 것은 단순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생명을 키우는 마음이 담깁니다.
생명을 키워본 사람은 나중에 다른 것을 볼 때도 허투루 보지 않게 되죠.
시장이나 마트에서 채소 하나를 봐도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주민들 손에 하나씩 들려 있던 주머니텃밭에는 채소 뿐 아니라 관계와 생태가 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