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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야기]나는 "다가감"을 잘 합니다.

최현수 2020-02-04 (화) 18:17 6년전 5401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냄새는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불쾌한 냄새도 있고, 미소 짓게 하는 행복한 냄새도 있다. 내가 싫어하는 냄새는 단 10분만 맡고 있어도 내 몸 어딘가에서부터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최근 우리 동네에 눈에 띄는 청년 한 명이 매일 보이기 시작했다. 세탁하지 않은 옷을 매일 입을 뿐 아니라 제대로 씻지도 않아 악취가 심해 우리 동네 주민 모두가 알고 있었다. 특히 냄새가 고역이었다. 우리 502동 2층에 사는 청년이었는데 집안이 어찌나 더러운지 502동 입구부터 악취가 진동을 했다. 복지관, 구청, 주민센터, 지구대 등 여러 곳에 민원을 넣었지만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마지못해 발 벗고 나서 같은 층에 사는 이웃들을 설득했다. “우리가 사는 동네인데, 맨날 민원만 넣고 가만히 있으면 되겠어요? 우리도 뭔가 해야지요.” 이후 우리가 먼저 그 청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고, 더 자주 복지관에 문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복지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줘서 복지사, 이웃들과 함께 집 청소를 하여 새집처럼 변했고, 그 청년은 활동지원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그 청년과 이웃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도와가고 있다.

 

 

 

“먼저 다가간다는 것”

옆집 사는 부인은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세월이 갈수록 남은 식구들은 고립되어갔다. 급기야 자녀들도 살 길을 찾아 떠나 혼자 남은 부인은 늘 공허했다. 일에 파묻혀 살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고, 이웃들의 호의도 그 때 뿐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나는 부인에게 다가가 “나도 당신과 비슷한 처지요.”라고 말했다. 이후 몇 마디 대화가 더 오갔고, 우리 둘은 점점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서 친구로 발전했다.

별 것 아닌데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말은 신뢰가 되고, 가식을 집어 던지게 된다.

 

 

“비슷한 처지의 말은 알아듣는다.”

이유 없이 이웃에게 다가가는 경우는 드물다. 적어도 나는 환경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편이다. 그 환경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리고 너무 친하게 지내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말을 건네고 얼굴을 익힌다. 그리고 그저 그나 나나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바른말 하는 사람이 욕먹는다.”

나는 우리 동네가 정말 괜찮은 동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리 동네 살기 힘들어!”라며 비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살기 힘들어 하는 여러 이유 중 ‘환경’을 이야기 한다. 내가 사는 502동은 150가정이 산다. 한 가정에 2명이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약 300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 다른 동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면 경우와 질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지켜지기 힘들다.

우리 동에 사는 한 여사님은 성격이 곧아 본인이 사는 층에 사는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지나가는 소리로 “마! 그것 좀 치우고 살아라!”하고 호통을 치니 모두 그 여사님을 어려워하고, 심지어 욕을 하거나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층은 항상 깨끗하다.

 

우리 층에 사는 한 어르신의 집에는 유독 냄새가 심하다. 참고 참다가 어르신에게 다가기 시작했고, 자녀가 있다는 사실에 연락처를 받아냈다. 고민 끝에 자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머니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혹 어머니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전화해보시겠어요?” 곧바로 “별일 없어요.”라며 짤막한 답장이 왔다. 한두 달 있다가 한 번 더 문자를 보냈다. “우리 층에는 여러 사람이 살아요. 출근하려면 어머니 집 앞을 지나야 하는데, 항상 쓰레기가 쌓여있어요. 아침마다 쓰레기를 보면서 출근하려니 기분이 좋지 않네요. 어머니와 상의하셔서 치울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다음 날 어르신의 집 앞이 깨끗했다. 냄새도 덜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후 그 어르신은 나를 꽁하게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먼저 다가가는 내 원칙”

도움이 필요해 보이거나 내가 견디기 어려워 별 수 없이 먼저 이웃에게 다가가야 할 때 나만의 원칙이 있다.

 

첫째, 미래를 생각해본다. 나와 이웃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둘째, 알린다. 복지관, 관리사무소, 주민센터, 구청, 통장, 반장, 기자단 등 최대한 많은 곳에서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셋째, 굳게 마음먹는다. 이웃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보를 알기에 내가 조금 수고롭고 번거롭더라도.

넷째, 통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내가 알린 여러 기관이든 이웃이든.

다섯째, 눈치 보지 않는다. 이웃이 장애인이든 어르신이든 편견을 갖지 않고 당당하게.

여섯째, 정중히 부탁한다. “우리 서로 같은 동네에 사는 비슷한 사람이지만 당신네 집에서 벌레가 나오고, 악취가 심하면 힘들고 무서워요. 함께 살 수 있도록 조금만 노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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